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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자의 발언이 무시되거나,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 을 받았을 경우 이는 부정적 자기 평가와 부끄러움으로 이어지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적대감을 가지게 되고 이후 부정적 태도로 토론에 참 여하게 될 수 있다. 즉 본고에서는 이러한 감정의 매커니즘을 전제하면서 설득 화법 교육에서의 감성적 상호작용의 양상을 이해하고자 한다. 설득 화법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공통적으로 전제되고 있는 것은 바로 ‘상대에 대한 존중하는 태도’와 상대의 입장에 대한 ‘공감’이다. 이러한 공감은 화자와 청자 간 의 ‘감성적 상호 작용’을 통해 일어나며 감성적 상호작용은 ‘공명(resonance)작용’을 통해 확산된다. ‘공명’이란 일차적 의미는 다시 소리가 난다는 것으로 둘 이상의 물체 들과 그것들의 연결을 포함하며 각각의 물체들이 스스로 진동하는 특징을 가지고 더 욱 복잡한 전체 속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 ‘공명’은 매스 컴이 시청자에 미치는 전이적인 현상으로 매스컴적인 자극이 시청자의 의식이나 행동 에 영향을 준다는 개념으로 사용되었고, 예술에서 ‘공명’은 예술의 표현 방식으로서 작가와 작품, 작품과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한 의미 형성의 과 정으로 사용되었다. 상담에서는 ‘공명’을 ‘심리적 공명’, ‘공명적 자기’, ‘상호 공명적 공 동체’라는 개념(김미례, 2013)을 사용하여 그 의미를 심리학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우 리가 삶에서 나타나는 행동들이 심리적으로 전해져 오는 내면의 이미지들에 의한 공 명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물리적 공감을 넘어 ‘심리적으로 공명’하는 공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공명(resonance)은 맥루한(Mcluhan, 1998)이 현대 사회를 비유하여 표현한 ‘공명 공간(echo chamber)’ 내에서의 작용 원리로도 설명할 수 있다. 맥루한은 현대 사회를 ‘선형성, 논리, 계몽, 합리성’ 등이 의미를 잃은 하나의 의사소통 공동체인 ‘지 구촌(global village)’으로 규정하면서 이상적 의사소통의 원형으로 ‘공명 공간’을 제시 하였다. 맥루한의 공명 공간은 한 사람만이 의사소통의 주체이고 다른 사람들은 객체 로 머무는 공간이 아닌 모두가 의사소통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주체와 객체가 융합 할 수 있는 평등화된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누군가 던진 말이 즉각적으로 소멸되 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또다시 확대 발전됨으로써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면서 의 사소통 공간 안에서 공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김정탁, 2009). 정리하자면, 여러 분야에서 ‘공명’은 일방향적인 아닌 ‘쌍방향적’ 상호 작용의 개념으 로 내적 성찰과 더불어 외적 소통적인 특징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자극-공감반응-자극’의 단계로 순환 팽창하면서 확산성과 통합성을 원리로 작용하고 있다. 공감 적 소통을 위한 설득 화법은 청자의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마음의 울림이 76 자 공동의 심적 파장의 과정이라고 보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공명 작용이 자연스럽 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화자의 설득적인 발화가 청자에게 전달되는 과정 에서 청자는 화자의 의도나 목적을 파악할 수 있고, 자신과 비록 의견이 다를지라도 화자의 의견을 수용하고 이에 ‘공감’할 수 있다. 이는 자기만이 옳다는 생각하는 경직 되고 이기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 는 ‘열린 사고’를 의미하는 것으로 권순희(2014)의 논의처럼 집단 성장적 차원에서 토 론을 바라보는 화법 교육의 관점과도 일맥상통한다. 공감을 기반으로 한 설득 화법은 내적인 정신 구조38)인 공명을 바탕으로 조화와 균 형을 이루면서 확산성을 지닐 수 있다. 청자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직접적인 청자뿐 아니라, 화자와 청자가 속한 공동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급력의 근원으로 작 용하게 된다. 예컨대 토론에서 주요 논제로 등장하는 ‘사형제도’의 경우 사형제도에 대한 토론은 학습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논제는 아니지만, 사형제도 찬 반에 대한 입장에 대해 토론을 한 후 학습자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사형제도’의 쟁점 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흉악범의 처벌이 나 사형수의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문제, 국가 의 정책이나 법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즉 이러한 것들이 공명하여 개 인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확산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앞서 공감을 기반으로 한 설득 화법의 특징으로 내적 의사소통을 통한 입장의 확 립, 상대 존중을 기반으로 한 타자 지향성, 감성적 상호작용이 공명함을 제시하였다. 이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38) OECD에서 규명한 핵심 역량은 여러 나라에서 국가 수준의 능력지표 설계와 교육과정 개편의 방향성 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반성적 사고’(reflectivity)라는 핵심 역량 내적 정신구조(internal mental structure)를 토대로 개인의 정체성 확립, 타인 및 외부세계와의 상호 작용, 상징적 도구에 대한 활용 이라는 세 영역의 역량이 작용한다. 반성적 사고는 핵심 역량이 환류하는 매커니즘으로 자기 조절이 가능한 복잡한 정신적 작용(self-authoring order of mental complexity)(Kegan, 2002)이며 반성적 사 고를 하는 마음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핵심 역량의 내적기반 차원인 반성적 사고의 역할은 핵심 역량 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고차원적 정신 능력으로 비판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고 반성적 사고를 가 능하게 해 주는 마음으로 이런 정신 능력은 개인이 외부 환경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배울 수 있는 비판적 견지와 삶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가능케 한다(Perrenoud, 2001; 이종재․송경오, 2007). 77 [그림 Ⅱ-4] 공감을 기반으로 한 설득 화법의 확산 과정 공감과 관련된 화법 교육은 상호 교섭적 측면과 연계되어 있음을 제시하였는데 상 호 교섭적 관점에서는 보았을 때 의사소통의 화자와 청자는 공동의 의미를 구성해 가 는 참여자로 규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설득 화법을 구사함에 있어 화자는 일방향적으 로 청자에게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처한 상황이나 맥락 을 고려하면서 상대가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상호 작용을 해 야 한다. 내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입장이나 관점을 확립하고, 상대방과 감성적으 로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정립해 나가게 되면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이는 ‘의미의 조정 관리’(Coordinated Management of Meaning, Pearce & Pearce, 2000)를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의미 조정 관리란 객관적 지식보다 주 변적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대화와 소통의 과정을 거치게 될 때 자신 과 타인이 공유할 수 있는 의미가 생기고 그 의미는 다시 대화와 소통의 과정 속에서 조정되고 관리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화의 참여자의 경험의 의미를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되고, 대화의 방식 즉 대화에서의 예의나 분위기가 중시되며 대화를 통해 사회의 공동체의 창조 과정을 거치게 된다(김동윤 외, 2013). 이러한 과정은 공 감을 기반으로 한 설득 화법의 과정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공감 기반 설득 화법 교육의 목적은 학습자들이 ‘설득의 소통’ 상황에서 ‘의미 조정 관리’를 경험하고, 느끼면서 ‘상대 존중의 태도를 이해하고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감성적 상호작용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Ⅲ장에서는 공감 기반 설득 화법 교육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적 처치로 서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설계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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