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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의 구조를 서론, 예비 본론, 핵심 본론, 결론의 네 부분으로 나누면서 입론에서는 ‘사실 기술-주장-근거’를 제시하고, 결론에서는 어떠한 방식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였다. 이와 같이 수사학에서의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는 청자를 설득하기 위한 기술로 사 용되었고 이러한 영향으로 기존의 화법 교육에서의 ‘설득’은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이 나 방식을 가르치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되었다. 청자 의견이나 반응을 중시 하고, 청자와의 상호 작용을 고려하기보다는 청자를 설득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서 교육이 이루어져 왔다. 현재 설득 화법과 관련된 교육 내용은 설득 메시지에 대한 조 직이나 구성, 비판적 사고, 논리적 추론이나 반론과 같이 이성에 입각해 논리적으로 설득을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로 오면서 아리스토텔레스나 키케로식의 전통 수사학의 개념을 넘 어선 포스트모더니즘적 수사학과 같은 새로운 관점의 신수사학이 나타나게 되었다. 신 수사학에서는 인간 간의 관계성에 입각한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본주의 심리 학의 창시자인 로저스(Rogers)는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주관적 평가를 하는 습성 때문 에 의사소통 장애가 발생한다고 보면서 내담자 중심의 관점에서 공감적으로 청취하고 동조 반응을 보이면서 의사소통을 할 것을 제안하였다. 로저스는 상대방과의 ‘공감적 이해’가 현재 의사소통의 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하면서 상쟁(I win, you lose)이 아닌 상생(You win and I win)의 추구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는 청자 중심 의 의사소통이론을 강조한 페렐만의 입장, 고르세프스키의 비폭력 수사학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비폭력 수사학은 결단력, 위험 감수, 자기 변화에 대한 개방성, 관용의 8) 에토스적 측면에서는 관용, 선한 의지 등 도덕적 덕목을 수사학에서 가치 있는 것으로 제시하면서 타 자와의 관계 속에서의 신뢰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파토스적 측면에서는 분노, 너그러움, 두려움 등 다양한 인간의 감정과 그에 따른 인간의 유형, 상황을 논하면서 표현과 인간 심성과의 관계성을 제시 하였다(아리스토텔레스, Rhetorica, Ⅰ; 하병학, 2004에서 재인용). 21 중요성을 제시하면서 타자를 고려하는 관점을 견지하는 것인데, 화법 교육에의 ‘설득’ 역시 단순히 자기중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신수사학과 같은 관점에서 타인을 지향하 며 인간 간의 관계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설득 화법에 대한 이러한 관점 변화는 고든(Gordon, 2007)의 견해에서도 알 수 있 다. 그는 설득 화법이 융합, 조화, 대화적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가부장적이며 유럽 중심적인 서구 커뮤니케이션에 입각한 경쟁적 관점보다는 상호 교섭적인 관점으로 바 뀌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로저스가 주장하는 논증의 관점과 유사한데, 로저스식 논증에서는 화자 혹은 필자가 공동의 장(common ground)을 발견하여 신뢰를 구축하 는 시도를 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견해에 설득되도록 의도적으로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논증의 발견 과정을 중시한다. 여기에서 지향하는 목표는 상대를 패배시 키는 것이 아니고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며, 성공적인 논증은 모두에게 변화를 가져와 야 하는 것이기에 협상을 위한 논증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즉 현대 수사학의 관점 에서의 설득은 사회 참여적, 상대에 대한 공감적, 관계 지향적 태도를 중시하며 조화 와 융합, 협력과 배려의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설득의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시 되고, 그 과정에서 설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효과와 같은 측면이 간과되고 있는 현대 우리의 설득 화법 교육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2) 커뮤니케이션 관점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수사학적 관점을 넘어서 커뮤니케이션의 입장에서 설득을 파 악하려는 시도들이 생겼다. 브렘벡과 호웰은 ‘사전에 계획된 목적을 향해 사람들의 동 기를 조직함으로써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려는 의식적인 시도’로, 호블랜드는 ‘언어적 자극을 통해 설득원이 바라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수용자들의 의도된 행 동을 유발하는 역동적 과정’으로, 앤더슨은 ‘커뮤니케이터가 그의 수용자로부터 원하 는 응답을 이끌어내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쉐이델은 ‘청자와 화자가 결함하여 화 자는 시청각적인 상징적 자극을 전달함으로써 계속적으로 청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 기 위해 시도된 행동’으로 설득을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정의한 바 있다(김영석, 2005: 26∼27). 설득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관점은 설득의 역동적인 과정 안에서 이루 어지는 화자와 청자 간의 의도된 행위와 그들 간의 상호 작용에 주목한다. 상호 작용에 대한 대표적 정의에 따르면 고프만(Goffman, 1968)은 사람들이 공존하 면서 의도적·비의도적으로 상황에 맞게 적절히 눈짓, 몸짓, 자세, 언술 등을 행하면서 사회적 상호 작용을 필연적으로 하게 된다고 제시하였다. 그는 사회적 상호 작용을 ‘공 존’과 ‘집중 상호 작용’으로 구분하였는데 공존은 버스나 휴게실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의식을 하지만 필연적으로 접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집중 상호 작용은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이 실제로 서로에게 주의를 기울여서 언어와 비언어 22 를 구사하여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으로 대부분의 설득과 관련된 의사소통은 이러한 집 중 상호 작용 하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상호 작용을 통해 사람들은 소통하게 되는데, 소통은 역동적 과정으로 소통 주체 간 끝없는 교섭, 생산, 재창조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소통 주체들은 해석과 가치 평가를 반영하면서 의미를 공유한다. 최근 의사소통에 대해 상호교섭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데, 교섭(transaction)은 마이 어스(Myers and Myers, 1985)에 의하면 두 사람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이 공동으로 또는 동시에 거래를 하는 것이며, 그들의 역할을 생각하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다(이주행 외, 2005). 반면 상호교섭은 두 참여자의 노력의 결과이자, 의도적·합리적 과정이고, 메타적으로 성찰할 수 있으며 합리적으로 계획하며 비평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교섭에 비해 보다 의사소통 참여자의 주체성이나 의지가 반영 된 소통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소통은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상호 관계뿐 아 니라 이들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타자들 간 역동적 교류이자 공생적 사건으로 이루어 져 있다. 이 때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상호교섭은 소통을 이루는 체계의 부분들 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 의존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발신자와 수신자는 함께 동시 공존하는 공저자임을 전제한다. 소통에 있어서 송신자가 상대의 반응을 먼저 읽는 수 신자가 되기도 하고, 수신자 역시 자신의 의도나 반응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는 송 신자가 되기도 한다. 즉 소통의 주체, 맥락이 서로 원인이자 결과, 자극이자 반응이 되어 자아와 타자, 맥락과 의미가 서로 맞물려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바룬드(Barnlund, 1970)에서 논의된 상호교섭적 모델은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소통의 주체들이 서로의 원인이자 결과, 자극이자 반응, 발신자이자 수신자로 파악될 수 있음 을 보여주고 있다. 의사소통 참여자들이 교섭하며 상호 이해를 도모하고 의미를 창조 해 가는 과정에 주목하고 화자와 청자라는 분리된 역할 개념이 참여자라는 개념으로 바뀐다. 참여자들은 의사소통 상황을 동시에 규정하고 양방향적으로 소통하고, 다양한 역할들을 동시에 수행하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소통 참여자들은 서로의 삶 을 나누고 이해하며 서로 협력하는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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